[t:/]$ 철산동 블루스_

반지하 그런지, 행복하다.

2014/07/15

지하철이 지나가지 않으면 아무도 서울근교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철산동에도 서울과 마찬가지로 어두운 비가 내린다. 버스정류장 조금 걸어서 있는 반지하 오뎅집의 처마 밑에서 강화플라스틱 의자를 한손으로 끌어 당겨 앉아 헨드폰에 떨어진 빗방울을 엄지 손가락으로 스윽하고 닦아 낸다. 헨드폰의 화면은 베터리를 표시하는 색깔만 노란색으로 변했을 뿐, 오늘 아침의 그 모양 그대로 아무런 소식도 변화도 없다. "아줌마 여기 튀김이랑 떢뽂이 섞어서 일인분이요".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튀김몇개를 능숙한 솜씨로 가위로 숙덕숙덕 자르는 아주머니의 손길은 흡사 말년의 지미헨드릭스의 모습이 아닐까 상상하면서 바보같은 웃음을 짓는다. 아침에 본 영화이야기를 같이 할만한 사람을 찾아 카톡을 뒤져본다. 더이상 스크롤 할수 없을때까지 화면을 내려 당기고서, 가만히 주머니에 있는 담배를 끄집어 낸다. "저도 한개비만 주세요" 바이크 하이바 턱끈을 풀면서 내 옆에 앉는 여자. 눈을 마주치지 않고 아랫쪽을 내려다 보면서 두 손을 허벅지에 얹은 채 말이 없다. 이상한 안도와 함께 자신감이 생겼다. "안양천에 자전거 타고 오시나봐요". "네.." 여긴 영등포 포장마차도 아닌데 우리는 새벽에 만난 우연한 술동무 마냥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토요일 오후. 나는 행복하다. 나는 행복하다.

글 : br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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